능소화( 凌宵花 )

2018. 6. 29. 16:44 ━━━━━•건강생활/자연중심생명

 

 

    여름이 깊어가면 아름다운 봄꽃들은 온데간데 없고 온통 진한 초록의 바다가 됩니다 너무 진하면 금새 실증을 내기 마련인데다 이제 긴 장마가 시장되는 이럴 즈음, 꽃이 귀한 여름날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능소화가 우리의 주변에 활짝 피고 있습니다 능소화하면 옛날 시골 돌담이 생각나는데 요즘은 도시의 시멘트 담, 붉은 벽돌담까지 담장이라면 가리지 않고 큰 도로변에도 큰 나무에 기대어 피고 있습니다

 

    능소화는 주황색이라기보다 노란빛이 많이 들어간 붉은빛이며 다섯 개의 꽃잎이 얕게 갈라져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작은 나팔꽃 같아 중국나팔꽃이라고도 합니다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 날아가 버리는 보통의 꽃과는 달리 동백꽃처럼 통째로 떨어지는데 그래서 시골에서는 흔히 처녀꽃이란 이름으로도 불려지며 이제 피기 시작한 능소화는 거의 초가을까지 피고 지고를 이어갑니다

 

 

 

 

 

 

 

 

 

 

 

 

 

 

 

 

 

 

 

 

 

 

 

 

 

 

 

 

 

 

 

    능소화에 관한 슬픈 전설도 전해 옵니다 먼 옛날 궁녀 '소화' 는 하룻밤 임금과의 인연으로 빈의 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그 후 임금은 '소화' 를 찾지 않았고 그녀는 혹여나 임금님이 오시려나 담장을 서성였고 발자국 소리라도 들을까, 그림자라도 보고 싶어 달밤에 목을 빼고 기다렸지만 세월만 흘러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결국 상사병으로 죽게 되는데...... 죽어서라도 임금의 얼굴을 보겠다는 유언으로 담장가에 묻혔고 그곳에서 싹이 자라기 시작했고 이것이 능소화라고 합니다 줄기는 힘차게 뻗고 꽃잎은 임금의 발자국 소리를 듣기 위함인지 귀가 쫑긋이 열려 담장을 넘어와 있는 모습이다.

 

    오랜 시간을 능소화에 천착해 온 황선화작가의 작품세계에는 인류의 역사 속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꽃과 나비를 강조 합니다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 땅을 향해 꽃을 머리처럼 풀어놓은 능소화의 피어남은 궁궐 속 여인이 죽어 꽃이 되었다는 신화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쩌면 능소화의 전설을 이 그림속에서 꽃과 나비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주제로 형상화함으로 궁녀의 한을 풀어준것같습니다 주: 지로 이명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