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방

2013. 9. 20. 09:21 ━━━━━•카메라속/지나온세월들



        작년 4월1일 서울 동생집에 계시던 아버지를 광주로 모시고 와서 아버지와 나 둘이서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나이 91세 였지만 거동하시는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으셨을 정도로 건강하셔서 내가 집을 비울때는 밥을 직접 챙겨 드시기도 하셨고 가까운곳에 나들이도 하셨는데 7월에 접어들어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급기야
        한달동안 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퇴원한 후에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새로꾸며드린 아버지 방은 아버지가 계신 4개월을 빼고나면 지금까지 비어있었고 아버지 방은 우리집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금년 1월 돌아가시면서 다시 아버지방은 더 먼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어제 추석날 아침에 아버지방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평소에는 많이 북적대는 광주종합고속터미날인데요 추석날 아침이라 차례지내느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이 한산한 광장을 청소하는 분만 보였습니다

 

        광주에서 임실로 가는 버스 노선이 없답니다.그래서 임실에서 가까운곳 순창까지 가서 다시 임실로 바꾸어 탈려고 순창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순창에 도착했습니다 내려서 보니 임실가는 버스가 30분에서 한시간 간격으로 배차되어있어 불편할것같진 않았답니다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은 정보는 임실에 가면 임실호국원 셔틀버스가 호국원으로 수송한다 합니다

 

        운임 4,000원이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거리인것같았습니다

 

        이 버스엔 운전사와 나 그리고 다른 두사람 모두 4사람만 타고 갔는데요 가는중에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 버스가 임실로 가는 도중에 호국원이 있다는것을 알았고 호국원까지는 운임도 1.200원이 더 싸다는것을 알려주었답니다

 

        얼마나 갔을까요? 버스가 길위에 멈춰서버리고 말았습니다. 앞을보니 좁은 시골길에 호국원에 성묘하러 오는 차량이 사방에서 몰리면서 버스는 가지 못하고 길위에 서버렸는데 버스기사님이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정보교환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방법이 없나봅니다

 

        호국원까지 5.8키로가 남았다는 작은 이정표를 지나서 나는 차에서 내려버렸습니다. 평소에 성질이 급한 것도 아닌데 시골길을 걷고 싶었고 아버지방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 아이도 엄마의 손을 붙잡고 잘 걸아가고 있었는데요 힘들지 않고 좋기만 한가 봅니다

 

        사람이 걸어서 차량을 추월하는 기분 아십니까?

 

        뛰지않고 걸어도 차량을 수백대나 추월할 수 있다는것 이날 추석이 더운날씨라 땀은 좀 흘렸지만 마음 뿌듯 했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제 사진도 한장 남겼답니다

 

        그렇게 걷다보지 저만치 호국원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내가 타고 왔던 차는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호국원 가까이에 오니 정채는 더 심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내려서 걷기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산밑에 자리잡은 호국원 내 아버지가 광주에서 나와 동거하던 집에서 이곳으로 집을 옮기고 아버지 개인 방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호국원이 제 아버지 집입니다

 

        호국원 현충문입니다 임실호국원은 국가유공자가 돌아가시면 이곳에 안장하고 국가가 관리해주는 국립묘지와 같은 곳입니다 내 아버지는 6.25참전 용사로 국가 유공자입니다

 

        이제 내 아버지 방에 들어가기 전에 꽃을 한다발 사서 들고 들어갑니다.

 

        이곳이 내 아버지 방입니다.아주 좁은 곳이긴 하지만 참 평안을 누리고 계실것같고 이 좁은 방을 통하여 하늘나라를 왕래 하시면서 나를 굽어 보고 계실것같아 마음 뿌듯함을 느꼈답니다 아버지가 돌아기시기 전에 하신 말씀 "나는 자네가 형편 없는 사람인줄 알었어 고맙네" 내가 광주에 내려와 혼자 살면서 아버지한테 죄송스런 마음으로 살았지만 짧은 동안 아버지와 동거했고 병원에 입원해 계신 7개중 한달동안은 병원에서 함께 숙식까지 하면서 지냈고 요양병원에 계신 6월동안 다섯번 결석하고 매일 매일 찾아가 아버지 손을 마지고 얼굴을 만지고 마음을 만져 지내다가 돌아가셨지만 그동안 죄송스런 마음 다 씻어버리게 하신 아버지 고맙습니다 이젠 참 평안을 누리시옵소서

gilo20-지로 이명연